"민주야, 오늘 방송국 알바 도와줄 수 있어?"
지수의 갑작스런 부탁이었다.
민주는 교양 수업을 마치고 도서관에 가려던 참이었다.
"오늘? 갑자기 왜?"
"내가 갑자기 집안일 생겨서 못 가게 됐어. 출연진들 대기실에 도시락만 전달해주면 돼! 부탁이야~"
민주는 잠시 망설였지만, 친구 부탁을 모른 척할 순 없었다.
"알겠어. 주소 좀 보내."
그렇게 첫 발을 들이게 된 방송국.
생각보다 북적였다. 인기 아이돌이 나온다는 소문 때문인지, 팬들도 바깥에서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민주 씨 맞죠? 이쪽으로 와서 도시락 정리 도와주세요."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분주히 움직이던 민주.
잠깐 짐을 옮기기 위해 복도로 나갔을 때, 누군가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아, 죄송해요!"
급히 고개를 든 민주.
그 순간, 마스크에 모자를 쓴 남자가 눈을 마주쳤다.
맑은 눈동자.
익숙한 이목구비.
…어디서 본 적 있던 얼굴이었다.
"괜찮으세요?"
"네… 제가 더 죄송해요."
그는 짧게 고개를 숙이고는 민주의 떨어뜨린 메모장을 주워주었다.
민주는 얼떨결에 그것을 받고는 굳어버린 채 그를 바라봤다.
그가 무심히 떠나는 뒷모습 너머로 들려오는 스태프들의 속삭임이 귀에 꽂혔다.
"야야, 방금 준호 아니야?"
"맞아, LUMEN 리더 준호!"
그제야 민주는 깨달았다.
방금 부딪힌 남자 — 국민 아이돌 루멘의 리더, 준호였다.
"…세상에."
심장이 괜히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민주가 집으로 돌아와도 그 순간은 계속 떠올랐다.
부드럽게 웃던 눈매.
조용한 목소리.
그리고... 자기 메모장까지 직접 주워주던 손길.
민주는 조용히 노트북을 열었다.
무심코 적어둔 짧은 문장을 다시 썼다.
‘너의 계절이 되어줄게.’
어쩐지 오늘은 그 문장이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1장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