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부 홍일점
네가 걱정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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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7조회수 17
나는 여전히 공부에 목을 매는 중이다. 저번 시험 때
등수가 떨어져 아버지께 무시무시한 폭언을 들은
뒤로 정말 코피터지게 공부했다. 그런데도 좀처럼
학업이 늘지가 않는다.
늘 즐거워 보이는 동아리 부원들을 떠올릴 때마다
어쩌지 못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이렇게 살아 뭐하는가.
오늘은 방과후 학원 가는길에 뜬금없이 연준을 만났다.
동아리 시간말고는 거의 얼굴 볼 일이 없기에 아직
어색한 감이 없잖아 있다.
"신여주! 지금 어디가?"
"어디긴. 학원가지."
그는 그렇구나, 혼잣말을 하고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봤다. 내가 학원 가는게 그렇게 신기할
일인가?
"아, 나도 학원 다녀보고 싶은데."
예상밖의 말이 나왔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밖에서 뭐하고 다니는지도 몰라.
관심이 없어."
"......"
"거의 내놓은 자식이라서. 내가."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심정이 되어 그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이런 얘기를 별로 친하지도 않은 나한테 한
이유가 궁금했다.
"네 부모님은 너한테 잘해줘?"
굉장히 간단한 물음인데 답이 빨리 안나온다.
우리 아버지는.....
"아니다, 취소. 얘기하지마."
"?"
"더 얘기하면 너 울겠다."
그제서야 시야가 흐릿해졌단 사실을 눈치채고 재빨리
눈가를 비볐다. 지금 고개를 들면 눈물이 떨어질 것을 안다.
주먹을 말아쥐고 애써 참고 있으려니 내 어깨 위로
손이 올라온다.
"그냥 울어. 참는게 더 보기싫어."
다행히 펑펑 울지는 않았다. 눈물을 조금 더 흘렸을 뿐.
연준이 건넨 휴지로 얼굴을 닦아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제 다시 눈물이 터질 일은 없을거다.
"이제 괜찮냐?"
"신경 쓰지마."
"걱정되니까 하는 소리지."
걱정이라. 여태껏 가족에게도 들어본 적 없었던
생경한 단어였다.
"그 말 처음 듣는데 되게 기분좋다."
"그래? 별 뜻 아닌데."
막힌 숨을 토해냈다. 이제는 홀가분해진 상태로
공부할 수 있을것이다.
저에게 인사를 하고 떠난 사람의 흔적을 곱씹듯 연준은
그자리를 서성거렸다. 근심거리가 더 늘어나버린 그가
버스 정류장 의자에 걸터앉아 쪽잠을 청했다.
어차피 자신을 걱정해줄 사람은 없을테니.